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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악동(樂童), 뉴질랜드 록 밴드 세계 평정

아무런 보상없이 순수하게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 그 무엇인가를 좋아할 수 있는 열정은 십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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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0일 토요일 저녁, 브루스 메이슨 센터에는 대책없이 록 음악이 좋아서 소리를 질러대는 10대 관중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무대를 에워 싸고 있었다.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성 속에 'Grand Vocation'을 노래하는 조성우를 비롯한 다섯 명의 어린 뮤지션들이 막 공연을 끝냈을 때 이미 우승을 예감할 수 있었다.
  넓은 무대를 누비는 다섯 명의 록 밴드 아이돌스타 '솔로몬'이 보여 준 팀워크는 음악 그 이상의 것이었다.

  40여년 전 젊은 어느 날, 비틀즈의 시작도 그렇지 않았을까. 음악이 마냥 좋아서 그렇게 시작하고 시도때도 없이 모여서 연습하고 젊은 피를 토해내며 노래했으리라. 훗날 '록 밴드의 전설'로 불린, 비틀즈 멤버들의 노래는 오늘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음악 혼의 살이 되고 피가 되고 정신이 되어주고 있다.

록에 번개맞아 모이다
  40여년 후, 뉴질랜드 땅에도 록에 번개맞아 모인 록 밴드 '솔로몬'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19년의 전통을 자랑하며 뉴질랜드 최대의 '록 밴드 등용문'으로 알려진 록 퀘스트(Rockquest). 이번 대회에는 총 650팀이 출전해 경합을 벌였으며,  뉴질랜드  전국에서 '한 음악한다'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제치고 솔로몬은 당당히 1등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게다가 작년에 이어 최고 음악상까지 차지했다. '솔로몬'은 10대만의 록 세계를 평정한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무대위에서 보여주는 환상적이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안정된 연주가 인상적이고, 강한 유대감으로 멋진 팀워크를 이루었다."고 전했다. 더불어"훌륭한 보컬과 센스있는 드러머, 피아노의 효과가 뛰어났고, 무대 위에서 각자 갖고 있는 음악성을 잘 소화해 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렿다. 이들은 하룻밤 새 스타가 된 것이 아니었다. 언뜻 보기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섯 명의 취향이 강렬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솔로몬'의 역사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랑기토토 칼리지 5인조 스쿨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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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 밴드 '솔로몬'은 2004년에 결성됐다. 현재 보컬을 맡고 있는 조성우군이 뜻 맞는 친구 김재현(리드 기타)과 키위친구 제임스(작사 및 작곡, 드럼)와 대니얼(베이스기타)과 의기투합, 스쿨밴드를 결성한 것이다. 2005년에 김경태(키보드)가 합류했다.
  학교 음악실은 그들의 연습장이 되었고, 학교 수업이 끝나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제임스의 집에 모여 피 같은 땀을 흘리며 연습에 매진했다. 의미 있는 열매는 2년 후 나타났다. 크고 작은 경연대회에서 수상을 시작으로 록 퀘스트 오클랜드 지역 예선 1위를 거쳐 본선 2등을 차지하며 각종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작년의 일이다. 어쩌면 학창시절, 그냥 한풀이 마냥 할 수 있었던 음악활동을 진지하게 고려하도록 만든 계기였다.
  "사실 작년에 2등을 한 후 조금은 자만심에 빠져 있었습니다. 음악에 있어서 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꿀릴 게 없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인지 올해 출전은 상당히 부담이 됐습니다. 1등밖에 답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대회 두 달 전 부터는 모이면 5~6시간씩 연습했는데 결과가 좋아 뿌듯합니다."
  베스트 보컬로 주목받고 있는 조성우군의 말이다.

록 음악' 통해 문화간격 좁혀
  키위들과 같이 어울려 논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별 무리없이 잘 지내다가도 칼리지가 되면서 노는 노선이 분명해진다. 문화가 다르고 세상을 보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바로 문화였다. 솔로몬은 '록 음악'이라는 장르를 활용해 양쪽 문화 사이의 틈을 메웠다. 일종의 동, 서양의 화합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10대 젊은이들은 맘껏 소리를 내 노래를 부르며 기타를 치면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영국 시인의 시에 맞춰 노래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한국의 문화나 문학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시를 통해 솔로몬이 갖고 있는 역량을 보여주고 싶어요. 대학에 들어가서도 함께 꿈의 날개를 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셰익스피어를 좋아하고 단원들 사이에서는 '천재'로 불리는 제임스의 말이다.
  그러나 가야 할 길은 험하다. 무엇보다 뉴질랜드는 나라가 작아 시장성이  별로  없다.  쉽게  말해
'우물 안의 개구리'로 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때문에 더 치열한 정신으로 무장해 한국을 비롯한  호주, 영국, 미국 등 세계 음악시장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솔로몬이 갖고 있는 록 밴드의 열정이 한 여름 밤의 꿈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말이다.

교민사회 큰 자랑거리로 남을터
  이제 록 밴드 솔로몬은 교민사회의 큰 자랑거리다. 뉴질랜드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역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극을 준다면 그것 만큼 보람있는 일도 많지 않다. 솔로몬이 펼치고 있는 음악활동에 수많은 젊은이들은 물론 모든 교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기를 기대한다.
  '솔로몬' 멤버들의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 모두 록 밴드의 영웅 비틀즈를 좋아하는 비틀마니아"(Beatlemania)라는 것이다.
  좋아한다는 것은 닮고 싶다는 뜻일 것이고, 닮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부단한 노력을 통해 그 반열에 올라보겠다는 의지도 있을 것이다. 비틀즈의 전설은 '위대한 음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요한 것은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다시 40여 년이 흐르고 그들의 자녀들에게 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최고의 그룹이었다고 감히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바야흐로 솔로몬의 신화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크리스천 라이프
                              장명옥기자